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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떠나기

청양의 남산둘레길에서 만난 지천생태길의 흰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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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남산하면 서울을 자연스럽게 생각할겁니다. 그렇지만 청양이라는 곳에도 남산 녹색둘레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북적거리는 도심은 아니지만 자연의 정취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정표를 보니 이곳이 남산 녹색둘레길에서 벚꽃길과 지천생태길로 나뉘게 되는 갈림길입니다. 


요즘에는 어떻게 시간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눈이 어떻게 내려서 쌓였는지는 모르지만 누구나 공평하게 볼 수 있는 눈은 고단함을 조금 더 환하게 반사해주며 마음의 무게를 덜어줍니다.

시인중에서 눈을 많이 등장시킨 시인은 바로 백석입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는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걷기에 편한길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상을 떠올리면서 걸어볼 수 있는 저만의 시간입니다. 백석(白石)이라는 시인은 어딘지 모르게 흰 눈이 내리는 겨울과 어울려 보이는사람입니다. 생각해보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 때문일지 모릅니다. 

시인 백석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세상은 흰 눈처럼 깨끗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곳이었지만 그는 더러운 세상을 혼자서라도 맑은 사람이 되어 건너가고 싶었던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백석의 시의 깊은 산골과 어울리는 곳이 청양도 포함이 됩니다. 청양에는 지천이 흐르는데 지천을 중심으로 생태길이 조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남산 녹색 둘레길이라고 부르는데 이곳 지천생태길, 녹색길, 벚꽃길, 고향길로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윤동주는 백석을 그리면서 사슴이라는 시집을 옆에 두었다고 합니다. 백석은 '흰 바람벽이 있어'중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백석 이후에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날도 눈이 푹푹 내려 지천의 위에 채워놓고 있었습니다.  

노을지는 모습은 언제든 보아도 마음속에 여유를 줍니다. 누군가 밟고 지나갔을 발자국들이 눈위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평소에는 모르다가 흰눈이 내리면 그제서야 알 수가 있죠. 

걷다보니 장승리 고분군이라는 곳까지 왔네요. 이곳 무덤의 구조는 크게 굴식돌방무덤과 앞트기식굴방무덤의 두 가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발굴된 유물로 보아 이곳의 고분군에는 백제시대 당시의 지배세력이 만든 집단묘역으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이곳에도 눈이 내려 있네요. 눈이 내린 청양에서 지천생태길을 걸어보았는데요. 자연생태와 자연의 풍광을 두루 조망하면서 어렵지 않게 걸어볼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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