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에서도 그렇듯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합니다. 진정성은 무형의 가치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미술 작품과 밀접하게 연결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여행을 좋아하지만 진정성이 있어서 좋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술작품이 아니더라도 그림같이 보는 풍경이 있습니다.
이런 날은 그림이 좋은 날로 시간을 내어 찾아간 통영의 당포성지에는 벚꽃도 일부 피어 있었지만 초록의 감성과 연분홍, 바다의 코발트블루가 어우러진 그런 그림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그날만 볼 수 있었던 단 하나의 그림으로 물감만 있었다면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갈 수 있는 삼덕항에서 바로 위쪽으로 올라오면 색감이 좋은 날 둘러보면 좋은 당포성지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당포성지가 자리한 장군산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삼덕항은 다도해의 낙조를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곳 삼덕항은 매물도, 국도, 좌사리 등의 욕지권 바깥까지 출항이 가능한 곳이기도 합니다.
당포성지의 마을에는 오래된 집을 재활용하여 만든 카페도 눈에 뜨입니다. 이곳의 컨셉은 바로 동백꽃입니다. 이렇게 도심을 재생하는 것도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하게 듭니다. 당포성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읽어보고 위쪽의 당포성지로 올라가보려고 합니다.
고목은 아니지만 고목처럼 보이는 나무의 뒤로 잘 쌓인 당포성지의 성벽이 보입니다. 옆에 살고 있는 민가의 주인은 매일매일 이런 풍광 속에 살아가니 예술을 하고 싶어 지지 않을까요. 항상 이곳을 올 때 저 집에 살고 계신 분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요즘 같은 때는 이런 한적한 곳에 집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위에 올라와서 보니 오래간만에 만나본 통영의 바다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곳입니다. 멋진 풍광이지만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지 않기에 이 순간만을 만끽해 보았습니다.
통영의 당포성지는 자연석을 이용하여 2단의 기단을 형성하는 고려·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석축 진성(石築鎭城)이며 평산성(平山城)으로 삼덕리의 야산 정상부와 구릉의 경사면을 이용하여 남쪽 방향으로 성을 쌓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당부분이 남아 있고 성문도 있습니다.
풀에서 일어나는 봄의 향기와 더불어 멀리서 불어오는 바다의 향기 그리고 어떤 향인지 모르겠지만 벚꽃에서 나는 향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려한 통영 바다의 풍광을 뒤로하고 성을 올라 뒤를 쳐다보면 바다향을 머금은 아련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습니다.
땅에서 일어나는 작은 풀들의 에너지가 밝고 환하게 보이는 공간입니다.
청명하게 푸른색의 하늘이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하얀색의 구름이 옅게 흩뿌려진 것도 괜찮아 보이는 날이었습니다. 하늘색보다 구름 색인 흰색이 더 많이 보이는 것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영혼이란 강한 것보다 약한 것에서, 풍부한 것보다 여린 것에서 가진 것보다 없는 것에서 피어나게 됩니다. 진정한 가치는 결핍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결핍에서 주저않기 보다 당포대첩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장군처럼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요.
남아 있는 석축의 길이는 752m, 최고 높이 2.7m, 너비 4.5m로 통제영이 이곳을 요충지로 사용할 때 만호(萬戶 : 武班 從四品의 벼슬)가 이곳을 관장하였다고 합니다. 견내량의 거센 물결을 이곳에서 느껴볼 수는 없지만 마치 격랑의 몰아치듯이 저 앞에서 물길을 이루고 있었을 것입니다.
해안 지역에 설치된 수소(戍所)를 증설한 데 이어 산성(山城)·읍성(邑城) 등 방어시설을 강화하고, 화포(火砲)를 개발함으로써 왜구 격퇴에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으며 최영 장군이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성을 쌓았고 임진왜란 당시 쳐들어온 일본군을 막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최영장군에 대한 이야기는 이곳에 올때마다 자연스럽게 나오게 됩니다.
걸어서 내려오다 보니 당포성지의 한편에 피어 있는 동백꽃이 눈에 뜨입니다. 어떤 꽃은 떨어져 있고 어떤 곳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동백꽃과 인연이 깊은 건지 많이 돌아다니다가 만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동백과 인연이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정답게 만날 수 있는 친구에 빗대어 세한지우(歲寒之友)라는 동백꽃이기에 그런 것인가요.
마침 오늘은 그림이 좋은 날처럼 주문했던 그림 모네의 화가의 정원이 온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아름답고 조용한 자연의 한 귀퉁이에서 영원히 사는 것”을 소망하던 모네는 1883년 파리 북서쪽으로 한 시간쯤 떨어진 곳에서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작은 마을 지베르니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모네는 지베르니에 온갖 꽃과 나무로 ‘색채의 정원’을 만들었던 것처럼 이곳 역시 바다의 정원이라고 부를만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림같은 바다의 정원의 모습을 만들고 있는 통영의 당포성지의 하루는 행복함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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