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청라은행마을을 처음 찾은 것이 벌써 10년전입니다. 은행나무는 땅에 기반하여 살아가기 때문에 노란색의 단풍잎을 흩뿌릴 수 있습니다. 아마도 황금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울긋불긋한 단풍의 색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노란색으로 가득 채우는 은행나무만큼이나 풍요로운 느낌을 주는 나무는 많지 않습니다.
한자는 다르지만 은행나무의 은행이나 돈이 모이는 은행은 한글로 같습니다. 은행나무는 땅에 뿌리를 두고 살아갑니다. 누구나 땅이 제한적인 재화이기에 영원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 존 로라는 사람이 생각했던 화폐제도는 일종의 토지 본위 제도였다고 합니다.
화폐발행액은 실물경제의 그림자일 뿐이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원동력이 아니며 토지 본위 제도에서는 화폐발행액이 언제나 적정 수준이라는 것이 로의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실물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저축해두던가 투자를 하는 것은 무언가 안정감이 들게끔 해줍니다. 마음속에 풍요는 쉽게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을 숫자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경섭 고택을 비롯하여 청라의 곳곳에는 은행나무들이 즐비한 마을입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가옥도 보이고 때론 국화꽃이 마당에 심어져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며 유일하게 한 번도 진화하지 않은 채 단일 수종을 이루며 1억 9000만 년을 버텨온 은행나무의 은행잎에는 곤충들이 싫어하는 플라보노이드 외에 다양한 종류의 살충제 성분이 있어 책갈피 사이에 끼워 놓은 잎이 책을 좀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해준다고 합니다.
집에 책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먼지가 항상 쌓입니다. 가만히 있는 책에서 무슨 먼지가 나오겠냐고 하겠지만 매일매일이 쌓이는 먼지가 눈에 뜨입니다. 이곳에 자리한 은행나무군락은 10~20년 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 고양이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익숙한지 사람의 곁에 잘 머물러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던 메리안 헤어 트리 같은 느낌의 고양이라고 할까요.
은행의 행자는 살구나무를 칭하는 살구 행자이며 영어 이름이 진코로 알려져 있지만 서양에서는 금발의 양갈래 머리 소녀를 닮았다고 메디안 헤어 트리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마음속에 땅이 넓다면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노란색의 단풍잎을 흩날리는 보령의 청라를 거닐면서 딛고 있는 땅의 힘과 함께 오랜 시간 존속해왔던 은행나무가 만들어낸 풍광을 만끽해보았습니다.
걷다보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 해졌네요.
2019년까지의 고정관념인 경쟁적 사고를 넘어선 소통과 협업을 중심으로 하는 언텍트 사고를 지향해야 존속이 가능할 수 있는 게 현실 속에 늦가을에 어울리는 코트를 입고 은행잎으로 짙게 물든 청라의 은행마을을 거닐면 무언가 분위기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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