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의 시작인 초경(初耕)을 엄숙하게 행하여야만 한 해 동안 걱정없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 춘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벌써 올해도 1/3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코로나19와 함께 생활하는 것도 익숙해지고 시간을 홀로보내는 것도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춘분을 전후하여 철 이른 화초는 파종을 하며 태양의 중심이 춘분점(春分點) 위에 왔을 때이며, 음력 2월, 양력 3월 20일이 올해의 춘분입니다.
천태산에는 용오름길이 조성이 되어 있씁니다. 이길은 적룡길과 청룡길이 따로 만들어져 있으며 공주 민속박물관과 수촌기고분군까지 걸어가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0이라는 숫자를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서양에서는 0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합니다. 0은 동양 그것도 인도에서 먼저 도입하였습니다. 인도인들은 종교적인 이유에서 0을 쉽게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우주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생겨났고 그 크기가 무한하다고 믿었습니다. 불교를 보면 그 숫자가 저절로 생각이 납니다. 0은 창조이자 동시에 파괴이며 비움은 창조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공주도 수없이 와본 곳인데 동혈사라는 사찰은 처음 와보는 곳이었습니다. 서혈사지나 남혈사지는 두어 번 가본 기억이 있는데 동혈 사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백제가 웅진시대를 열고 나서 천태산의 남동쪽 사면에 조성된 석굴사원입니다.
원래 있던 동혈사지에서 더 위쪽에 자리한 사찰에는 적막한 기운만 돌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사람의 흔적이 없었던 느낌이 들 정도로 고요하지만 경관만큼은 좋은 곳입니다. 백제시대에 풍수비보사탑설에 의해 도성을 수호하는 석굴사원으로서 창건되었는데 경주의 석굴암과 같이 그런 상징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건물은 몇 개 되지 않지만 주변에 좋은 문구들이 쓰여 있어 찬찬히 읽어보는 것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입니다.
계단을 올라가다 보니 파놓은 굴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선사시대에는 저런 곳에서 생활을 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위적으로 파놓은 굴이지만 조금은 독특해 보였습니다.
위로 걸어서 올라와보면 어떻게 보면 투박해 보이는 석탑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대로 남아 있는 문화재 중에 공주 동혈사 삼층 석탑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팔각형 기단 상부에 옥개석을 갑석처럼 놓은 점이 특이한데 석탑의 형태를 보니 고려시대의 석탑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동혈사는 해발 392m의 천태산 중턱에 위치한 동혈사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동혈사에 대한 자세한 연혁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동혈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의 말사입니다. 걸어 올라가는 길은 조금은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합니다. 높낮이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뎌야 하는 곳입니다.
천태산이라는 산을 처음 올라와봤는데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불구하고 뷰가 좋은 곳이었습니다. 저 앞은 절벽이어서 그 앞모습을 볼 엄두는 내지 못했지만 뒷모습만으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돌부처로 변한 것처럼 보입니다. 동양의 철학에서 중요한 인물인 석가모니는 비움의 가르침을 펼쳐서, 마음을 비움으로써 열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동혈사로 가는 길목에는 원래 동혈사지로 추정되는 곳에 터만 남아 있고 그 터를 알리는 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동혈사지를 둘러보고 내려오면서 새롭게 에너지가 넘치는 새싹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춘분이 되었으니 철 이른 화초는 파종을 할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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